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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구억배추 #3

greenbike 2014. 6. 9. 08:32

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새들이 제 집인양 드나들며

씨앗을 탐내고 여물기도 전에 

새밥으로 씨앗을 많이 잃었습니다.

 

흐리고 습해서 비가 올듯말듯한 날씨에

더러는 여물어 꼬투리가 툭툭 터져

씨앗이 바닥으로 쏟아지기도 해서

구억배추 대궁을 잘랐습니다.

 

산나물 축제에 음식전시회 하느라 

닷새동안 밭에 못갔더니

진딧물이 생겨서 포기채 

잘라서 버리기도 했습니다.

 

애벌레도 줄기를 은신처로

유유자적 지내고 있습니다.

 

새 피해를 줄이려고 

새 쫒는 반짝이 테이프로

바람이 발랑발랑 소리를 내도록

사방으로 두르고 대각선으로

겹겹이 둘러 놓아도 허사입니다.

 

잘라놓은 줄기를 말리고

씨앗을 털어내려면

더 기다려야 합니다.

 

한알의 씨앗이 배추 한포기가 되고

열매가 되어 수백개의 씨앗으로

태어나는 긴긴 시간을 보내며

 

"씨앗아~ 고맙다. 참 장하구나!" 

 

찬사를 보냅니다.

 

이렇게 많은 생명들을

내게 다시 돌려주어서

 

고맙다~ 토종 구억배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