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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참

greenbike 2014. 5. 9. 22:29

도시에 살때는 하루 두끼를 먹었다.

새참이나 군것질도 거의 하지 않고

따듯한 물이나 연한 블랙 커피를 가끔 마시곤 했다.

 

시골로 내려온지 1년.....

채종을 위해 월동시킨 구억배추에 

웃거름을 주고 지주대를 세우거나

앞으로 작물을 심어야할 밭에 

퇴비를 뿌리고 두둑을 만드는등 

밭에서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참 잘도 간다.

 

이웃에 좋은분을 알게되어 

언니, 동생 하는 사이가 되어

밭도 얻고 하우스도 마음대로 쓰다보니

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새참 먹으라고 부르셔서 가끔 참을 얻어 먹는다. 

 

트랙터 가지고 남의 집에 밭 장만 해주러 다니느라

정작 언니네 밭 설겆이를 못하셔서 요며칠 밭장만 하느라 바쁘게 일하는게 많이 힘들어 보인다. 

 

내일은 제가 새참 해올께요~ 했더니

집에 맛있는거 있냐고 물으신다.

 

집에 맛있는건 없고 

그냥 참 될만한 것 만들어 올께요~ 했다.

 

오이, 당근, 양파, 실파를 썰고

골뱅이 통조림 한통을 썰어서 

새콤달콤한 양념장을 만들어 조물조물 버무렸다.

견과류를 좋아하셔서 빵 만드는 재료로 사다놓은

호두도 넣었다.

 

소면을 삶아 사리를 지어서

골뱅이 무침 옆에 담았다.

 

새참을 가지고 달구터로 올라갔다.

넓은 밭에 골 타고 비닐 씌우느라 누가 오는지도 모른다.

 

새참 드시고 하셔요~

돗자리를 펴고 앉아 소면을 비벼 먹었다.

출출한데 맛있게 잘해왔네~ 하며 드신다.

 

날씨도 제법 쌀쌀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따뜻한 국물을 했으면 좋았겠다고 말하니

새콤달콤하게 비벼 먹는걸 더 좋아하신단다.

따듯한건 커피 가져온거 트럭에 실려있으니 

커피 마시면 된다며 웃으신다.

 

밭일 많을때 손을 보태지 못하니

나는 가끔 새참을 해서 가져다 드린다.

 

일손이 바쁘니 제대로 먹을걸 챙길 여력도 없어

대부분이 새참을 빵과 음료수, 컵라면으로 먹는다.

 

장바구니 물가가 비싸서 

자주 하지 못하지만 어쩌다 한번씩 해드리는 

메쉬드포테이토, 닭볶음탕, 잡채, 머핀,

우리콩으로 집에서 만든 두유, 골뱅이 소면등

나의 새참 메뉴는 인기가 좋다.

 

이모야~ 농사해서 돈도 안되는데

이모는 새참 장사하면 되겠어~ 라는 칭찬을 가끔 듣는다.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여럿이 나누어 먹으니 情이 더해지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