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울로 이사를 했다.
천안에서 12년 동안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늘 나의 마음밭을
여유롭게 해주던 정든 포도밭을 떠나왔다. 흙을 밟고 사는 것이
좋아서 떠나기 싫었는데 근간의 한달여동안 내게 일어났던 믿기지
않은 일로 해서 한양으로 올라오게 된 사연의 구구절절함은 이제
한 곳에 묻어두기로 한다. 한달에 세번의 이사를 해가며 서울로
입성한 탓인지 몸뿐아니라 마음까지 무겁고 힘이든다. 이사짐을
나르면서 유리와 사기그릇의 삼분의 일이 깨어졌고 같이 살던 화
분 세개가 산산조각이 나서 흙을 모두 쏟아내고 나동그라졌다. 그
것들을 치우다 오른쪽 검지손가락의 절반이 속살 깊이 베어져 반
나절동안 피를 쏟았는데 지혈이 안되는 아픔보다는 가꾸어오던 흙
을 버려야하고 그들이 쓰레기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 더 눈물이 났
다. 천안의 세배나되는 값을 치루고도 서울의 전세집은 세간살이
들이 제자리를 찾을줄몰라 짐이 다 풀리지도 못하였고 다락방 덕
을 톡톡이 보고있던 여러물건들이 오갈곳이 없어 문밖 여기저기에
쌓여있다. 그들의 방황처럼 나의 마음도흐트러져 잠이 들지 못
하는 서울의밤...... 예전같으면 마당으로 나서 어두운 하늘이라
도 올려다보며 밤공기의 서늘함에 젖어 다시금 몸을 추키련만 여
긴 얼굴을 치켜들고 하늘바라기를 할 곳 마저 없으니 더 서글퍼진
다. 눈만 뜨면 그림처럼 펼쳐지던 산능성이와 마알간 하늘, 그 빛
에 취해 마당바위샘을 거쳐 둑방을 지나 저수지를 돌아내려오던
산책길은 이제 눈을 감아야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러
한 모든 것들을 차츰 잃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함이 치밀
어 오른다. 마음을 지키며 살아야한다고 가슴에 손가락을 걸며 이
막막함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것또한 후제를 지켜볼 일이다.
마음을 지키며 살고픈 자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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