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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산사랑에서 옮겨오다...2

greenbike 2012. 1. 17. 08:12

산정무한
[약속] 마음에 손가락을 걸어봅니다. 95/03/20 06:58 | 조회수 208
 서정희   서정희님이 작성한 다른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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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서울로 이사를 했다.
   천안에서 12년 동안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으며 늘 나의  마음밭을 
   여유롭게 해주던 정든 포도밭을 떠나왔다.  흙을 밟고 사는  것이 
   좋아서 떠나기 싫었는데 근간의 한달여동안 내게 일어났던 믿기지 
   않은 일로 해서 한양으로 올라오게 된 사연의 구구절절함은  이제 
   한 곳에 묻어두기로 한다. 한달에 세번의 이사를  해가며  서울로 
   입성한 탓인지 몸뿐아니라 마음까지 무겁고 힘이든다.   이사짐을 
   나르면서 유리와 사기그릇의 삼분의 일이 깨어졌고 같이 살던  화
   분 세개가 산산조각이 나서 흙을 모두 쏟아내고 나동그라졌다. 그
   것들을 치우다 오른쪽 검지손가락의 절반이 속살 깊이 베어져  반
   나절동안 피를 쏟았는데 지혈이 안되는 아픔보다는 가꾸어오던 흙
   을 버려야하고 그들이 쓰레기가 되어야 하는 현실에 더 눈물이 났
   다.  천안의 세배나되는 값을 치루고도 서울의 전세집은 세간살이
   들이 제자리를 찾을줄몰라 짐이 다 풀리지도 못하였고 다락방  덕
   을 톡톡이 보고있던 여러물건들이 오갈곳이 없어 문밖 여기저기에 
   쌓여있다.  그들의 방황처럼 나의 마음도흐트러져 잠이 들지  못
   하는 서울의밤......  예전같으면 마당으로 나서 어두운 하늘이라
   도 올려다보며 밤공기의 서늘함에 젖어 다시금 몸을 추키련만  여
   긴 얼굴을 치켜들고 하늘바라기를 할 곳 마저 없으니 더 서글퍼진
   다. 눈만 뜨면 그림처럼 펼쳐지던 산능성이와 마알간 하늘, 그 빛
   에 취해 마당바위샘을 거쳐 둑방을 지나  저수지를  돌아내려오던 
   산책길은 이제 눈을 감아야만 그려낼 수 있을 것이며 어쩌면 그러
   한 모든 것들을 차츰 잃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컥함이  치밀
   어 오른다. 마음을 지키며 살아야한다고 가슴에 손가락을 걸며 이 
   막막함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그것또한 후제를 지켜볼 일이다.  
                    마음을 지키며 살고픈 자유인

 
서정희
자연과 마주보기를 좋아합니다. 하늘을 올려가보기를 좋아합니다. 푸른향내 가득한 녹차를 나누며 사람 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