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주머니

자전거

greenbike 2006. 8. 30. 01:04

안타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오래전 노량진에 살던 때의 일이다.

한강대교에서 옆에 한강 자전거 전용도로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었다.

한강대교에서 잠실대교까지 갔다가 다시 여의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왕복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는데

해질녁.. 강변에서 석양에 빛나는 63빌딩은 황금빛 눈부심이었다

차례차례 지나치는 한강의 여러 다리 이름들과 익숙해지면서 낯설던 서울 지리에 대해

방향감각도 생기고 때로는 남산 쪽으로 올라 한남대교를 건너오기도 하면서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 힘껏 페달을 밟으며 달릴수 있음 그 자체를 행복해 하며 살았다.

 

때로는 동작본동 뒷산을 오르기도 했는데 오르막은 숨이 가빠지고 패달링도 버거웠지만

다운힐의 스피드와 코너링을 좋아했던 나는 왠만한 오르막은 참아낼만했다.

 

한때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해보리란 야심찬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는데, 끝내 이루지는 못한

미완성의 계획으로 마음속에 아쉬움만 남긴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전거를 좋아하고 늘 즐기며 지내다보니 미르골에서도 자전거를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채팅을 하면서도 이야기 보따리가 터지곤 했다. 

그 때 미르골에 야심찬 꿈을 가진 친구가 하나 있었다.

충주에 살던 "심성보"라는 미르골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꿈이

자전거로 러시아 횡단하는 것과, 우리말 러시아 사전을 편찬하는 것 었다.

 

한번도 만나 본적이 없던 그 친구와 자주 자전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대모험을 준비하며 자전거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던 성보가 내게 여러가지를 묻게 되었다.

난 그 때 스페셜라이즈드와, 새로 셋팅한 두대의 자전거를 가지고 있었고,

성보의 야심찬 꿈에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내가 타던 스페셜라이즈드를 주겠노라고

채팅을 하다가 약속을 하게 되었다.

자전거를 새로 셋팅했기 때문에 스페셜라이즈드를 여분으로 가지고 있었던 터라

내가 타던 자전거로 러시아 횡단을 하다면 우리집에서 묵히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괜찮은 자전거였지만 아낌없이 선물로 건넬수 있었다.

 

자전거를 받기 위해 충주에서 그 친구가 올라왔다

한강 여의도 선착장에서 그 친구를 만났다.

그때.. 나와의 만남을 아내가 석연치 않아 한다는 얘길 내비쳤다

잘 알지도 못하고 만난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름있는 좋은 자전거를

한번도 안본 사람에게 공짜로 준다는 것인지.. 이해를 못한다고 했다.

의심하고 있다며 받지말라고 극구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후로 그 친구 모습은 미르골에서 보이질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친구 러시아를 횡단 하겠다던 꿈은 이루었을까?

 

난 그때의 열정이 지금은 어디로 간것일까?

나의 애마..  지금은 베란다에 누운채 먼지만 쌓이고 있다.

 



1.  김유산
깨워   
2005/4/3 16:34
2.  이성우
자전거 타는모습 그리고 해질녘....아낌없이주는 순수.......한편의 단편을 보는것같아 좋다   
2005/4/3 16:40
3.  김유산
내 글은 장편이더나?   
2005/4/3 17:09
4.  백종선
함 다시 시작해보지 머....화.이.팅!!   
2005/4/3 18:35
5.  이은숙
어쩐지.......................나의 세이 아뒤랑 같드라니..............정희야 지금두 게안타....다리힘좀 올려보자....   
2005/4/4 0:05
6.  설혜영
그림이 그려진다..멋있네..   
2005/4/4 0:19
7.  정일형
그 친구 역시 잊지 않고 있을거야 미안해하면서   
2005/4/4 6:37
8.  김성원
자전거를 보면 인생을 배우게 된다... 휘청휘청 하다가도 제자리에 서는 ...   
2005/4/4 7:50
9.  차선일
성원이 말 참 의미있네...자전거에서 그런 깊은 뜻을 발견하다니~~   
2005/4/4 8:52
10.  엄재선
나두 인생을 배우기위해 자전거를 함 배워봐? 고딩때 타보고 한번두 안타봤는데..가능할까?   
2005/4/4 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