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토종 작물들의 이사, 토종 삼층거리파, 토종 우엉, 황기

greenbike 2015. 4. 13. 23:36

 

 

 

 

시골에 살아보니

사람만 이사를 하는게 아니다.

 

때로는 예기치못한 상황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장기계획으로 심은 작물들을 데리고

힘겨운 이사를 해야한다.

 

장기계획을 가지고 땅을 임대해도

주인 마음대로가 관행인 시골에서

올해도 또 다시

작물들과 이사를 해야하는

아픔을 겪는다.

 

밭 주인이 올해 고추 심는다고

트랙터로 밭장만할테니

밭을 비우라고 해서

5년을 키우려고 심은 황기와

 

2년차에 씨앗을 채종할 수 있는

토종 우엉

 

월동을 해야 주아를 달고 증식되는

토종 삼층거리파를

모두 밭에서 캐었다.

 

 

 

 

 

 

어제 작물들을 캐어서

산을 내려왔다.

 

새벽에 일찍 나가

옮겨 심으려했는데 비가 내린다.

 

옮겨 심은 후에 비가 오면

좋으련만......

 

 

 

 

 

 

작년 봄

밭을 구하고 있던 나에게

산 높은 곳에 있는 땅인데

전년도에 고추 농사를 하고

밭설겆이도 안한채 방치된 땅이

소개 되었다.

 

 

 

 

 

 

묵밭은 아니지만

전년도에 고추 농사를 하고

밭 정리를 안한채로 두어서

고추대, 환삼덩굴이 온 밭을 뒤덮었고

명아주는 내 어깨 만큼 자라 있었다.

 

산 높은 곳이어서 다니기 힘들지만

제법 넓은 밭이고

밭주인이 농사를 앞으로 줄인다하니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고

토종작물들 키우고 채종하기에

좋은듯하여 밭을 쓰기로 했다.

 

어르신~

저는 씨앗 받는 농사를 해서

밭을 쓰는데 도중에 비우라하면

씨앗 받을 작물들 때문에 안되요.

 

그래서 밭을 계속 쓸수 있어야해요.

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셨다.

 

온 밭에 뒤덮인 풀을 정리하고

중학생 아들이 와서

고추대를 뽑아서 다 옮겨주고

밭 정리를 도와줘서 밭 설겆이를 했다.

 

 

 

 

 

 

밭 설겆이를 하고

토종 검은 호박을 심어서

 

 

 

 

 

요래 예쁜 호박꽃도 보고

 

 

 

 

 

토종 검은 호박을 수확해서

씨앗도 채종했다.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토종 제주도 푸른콩(푸른독새기콩)을

심어 노린재를 쫒으며 키워서

 

 

 

 

 

토종 푸른콩(푸른독새기콩)도

수확을 했다.

 

 

 

 

 

 

토종 우엉은 씨앗 채종을 위해

작년에 수확을 안했고

 

 

 

 

 

 

토종 삼층거리파도

증식을 위해 월동을 했는데

밭을 비우라해서 다 캐어냈다.

 

 

 

 

 

 

씨앗 받는 농사를 해서

밭을 못비운다고 할때

끄덕끄덕 하시며 옛날에는

나도 그렇게 농사를 지었다고 하며

계속 쓸 수 있다 하시고는

일년도 안되어 손바닥 뒤집듯

마음이 변해

고추 농사 한다고 비우라니

토종 작물들만 고달픈 신세다.

 

 

 

 

 

 

추운 겨울내내 노지에서 월동하고

분얼중인데 뿌리를 건드리니

삼층거리파 입장에서 본다면

얼마나 날벼락인가??

 

 

 

 

 

 

삼층거리파의 뿌리 길이가

제 몸통 길이만하다.

 

삼층거리파야~

뿌리를 건드려서 미안해.

 

우리가 이사를 가야해서

어쩔수 없단다.

 

가만히 있으면

트랙터가 밭으로 들어와서

모두 다 죽게된단다.

 

 

 

 

 

 

토종 우엉 이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캐어도

1년 동안 뻗어내린 뿌리를

하나도 다치지않고 캐내기는 어렵다.

 

뿌리를 다치지 않으려해도

삽이 들어간 자리에 있던 뿌리는

잘려버린다.

 

표토에서 뿌리가 얼마나 뻗었는지

흙 속을 볼 수 없으니

뿌리 작물들의 뿌리가 때 아닌 이사로

잘리고 찢기고 수난시대다.

 

 

 

 

 

 

작년 가을

황기에 씨앗이 달린 모습이다.

 

 

 

 

 

가끔 삼계탕할때 황기를 쓰면서

나무인줄 알았는데

실제로 황기를 키워보니

뿌리를 키워 사용하는거다.

 

시장에서 음식 재료로 황기를 구입할 때

1년근과 3년근 5년근

가격 차이가 많아서

1년근만 장바구니에 넣곤했다.

 

5년근을 음식에 사용해 보려고

밭 제일 가장자리에 심었는데

1년만에 뿌리를 건드려서

한창 새순이 나와 성장하는 시기인데

뿌리를 통째로 드러내고 흙밖으로 나오게된

황기도 고달프지싶다.

 

 

 

 

 

 

황기 뿌리가

1년만에 제법 굵어졌다.

 

5년을 키우면 아마 내가

호미나 괭이로는 캐지못할만큼

자라게 될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영양에서 땅을 임대하면

통상적으로 계약기간이 5년이다.

고추 농사를 해서 밭 정리도 안 했던 곳

 

나이 먹고 힘들어서 농사를 줄여서

앞으로 안쓰는 밭이라 하기에

5년을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남의 뒤치닥거리인 밭설겆이를 하고

이 밭에서 농사를 시작했었다.

 

 

 

 

 

 

풀밭을 정리해서 콩밭으로 만들었고

토종 푸른콩(푸른독새기콩)도

수확해서 종자를 증식했으니

내년에는 증식한 푸른콩(푸른독새기콩)으로

콩을 더 많이 심어서

푸른콩 메주를 쑤고 푸른콩장을

담아보리라고 꿈을 꾸었다.

 

 

 

 

 

 

 

이 밭에서

작물들을 심고 돌보며 수확해서

5년간 마음놓고 쓸수 있는

토종 채종포라고 생각한건

나만의 그림이었다.

 

어제 작물들을 모두 캐고나서

기념으로 흙 사진을 한컷 남겼다.

 

1년 동안 나와 함께하면서

농약을 안쓰고

풀을 베어서 흙 위에 덮어주며

옛날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니

지렁이가 살고 땅강아지가 돌아다니는

숨 쉬는 밭이 되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고추 농사 시작하면

수 많은 농약으로 이 밭에서 살고있는

지렁이, 땅강아지, 개구리들이

다시 모두 사라지겠지.

 

토종 씨앗으로 토종 농사를 지어보니

흙은 참이 무엇인지 진심이 무엇인지

그대로를 돌려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진하게 느낀다.

 

토종 작물들은 데리고 이사를 하지만

그 흙에 살게된 생명체들에겐

내가 어찌 해줄수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심해서 캐어도 부러지고 찢어진

황기 뿌리, 우엉 뿌리 처럼

내 마음도 찢어지고 아프다.

 

 

 

 

 

 

내 마음을 아는지

하늘도 울어준다.

 

비야~

울 아가들 밭에 옮겨 심어야 하는데

조금만 멈추어주지 않을래?

 

 

 

 

 

 

 

토종 채종포로 생각하고

오르내리던

해발 490 산에 있는 밭

 

 

 

 

 

 

해 뜰때 달려가서 맞았던 아침이슬과

 

 

 

 

 

 

해질녁 온누리를 물들이던

석양의 고운 하늘 그림들이

그리움으로 남을듯하다.

 

약속 이라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 이라는 것이

때때로 무시되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오늘은

비 오는 하늘 처럼

내 마음도 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