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
햇볕 쨍~ 하는 날 구경하기 힘들다.
비가 또 억수같이 내리는 밤이다.
어제는 하루종일 흐리다가
오후 다섯시 넘으면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달구터에 올라가서
소세마리님께서 보내주신 풋고추 맛을
세사람이 먹으면서 제각각 자기 입 맛에 따른
선호도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28년동안 농사를 지은 분인데
매운 고추를 좋아하고 고추농사도 오랫동안 하셨다.
토종고추가 이렇게 맛있고 좋으냐고 하시며
내년에 토종고추를 심을테니
토종고추씨앗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셨다.
고추전문가에게 고추 맛 보이러 갔다가
고추 씨앗 구해달라는 숙제를 안고 왔다.
진희님이 주신 토종길쭉이 호박이
주렁주렁 달려서 누렇게 익어간다.
오류골참외, 사과참외는
흰가루병으로 흔적이 없다.
다른 곳에 멀리 거리를 두고 따로 심은
호박참외도 상태가 그리 좋지않다.
호박참외 두개를 수확하고 달구터를 내려왔다.
평지들 밭에 올라갔다.
밭설겉이를 다하지 못해 잡초숲과
작물을 심은 두둑이 대비를 이룬다.
콩이 제법 잘자라고 있어 잡초숲이
콩 두둑으로 변한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토종가지 잎은 어찌나 큰지
어른 얼굴보다
더 크고 검은보랏빛을 띠고 있다.
잎은 큼지막한데 가지는 언제 생기려나?
지주대를 세우지 않고 키우는 토종오이는
같은 모종에서 어쩌면 저렇게
다양한 모양이 자라는지?
모양이 제각각이 되어서
크는 이유가 뭘까?
야구공만큼 작은 것부터
방망이처럼 큰거까지 같은 씨앗에서
저렇게 여러가지 모양이
생겨나기도 하는게 신기하다.
검은호박은 초록빛이 사라지고
아주 검은색이 되었다.
호박이 이렇게 검은색이면
제대로 익었는지를 어떻게 알아보는지 궁금하다.
초석잠도 풍성해지고
황기도 제법 자랐다.
쥐꼬리무와 게거리무 씨앗을 뿌렸다.
적상추 줄기를 잘라 박스에 담았다.
상추 대궁을 자르면서
이 씨앗 갈무리를
누가 대신할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손 다쳐서 기브스하고 불편한데
비 온다는 예보에
상추 대궁을 자르고
갈무리 못할게 뻔한데 그래도
씨앗이라고 챙겨담으니
나는 바보다.
어둑해지는 산을 뒤로하고
평지들 밭을 내려왔다.
구불구불한 임도에 경사가 급해
밭을 오갈때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하는
난코스 길 이다.
약초선생님께 대화초를 드리러간다고
연락하고 찾아뵈었다.
약초선생님은 어릴적 기억이라
대화초 모양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견출지를 꺼내서 "대화초" 라고
적어 놓는다.
수확한 토종오이를 함께 드리니 좋아하셨다.
맛을 보라고 중국고추 2개를 내놓았다.
매운고추 라는 말에 집에 가서 먹어보겠다고 했다.
9년 동안 씨앗을 자가채종하여 키운
옥수수가 있다고해서 보여달라고 했더니
뒷뜰에 매달아놓은 종자주머니를 가져왔는데
새가 뚫었는지 쥐가 뚫었는지
매달아 놓은 자루에 구멍을 내고
씨앗을 많이 건드렸다.
옥수수 맛 있다고 말만 하지말고
삶아서 먹을때 부르지 그랬냐고 농담을 건네니
밭에서 옥수수 4개를 따주었다.
집에 가서 쪄서 먹어보라고 한다.
맛좋은 옥수수 라는데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따듯한 꿀차를 내어주셔서 마시고
야특 끝난 아들을 태우러
읍내로 나갔다.
아들과 함께 집으로 왔다.
비 오는 밤
비 오는 소리에 잠은 안오고
어제 하루를 되돌아 보니
하루가 참 길다.
사람을 만나고
밭을 살펴보고 수확도 하고
씨앗도 뿌리고 씨앗도 전해주고
오이도 나누었다.
옥수수와 중국 고추도 얻어왔다.
우리집은 골 안에 있어 사진을 올리면
95% 에러가 나서 글만 쓴다.
우리나라 통신환경 좋다지만
동네마다 차이가 많다.
우리집에서는 불통이다.
사진은 안되고 글만 가능하다.
글이라도 올려지니 다행인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