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땡볕이 한풀 꺾인 오후 세시 넘어서 밭에 올라갔다.
풀천지인 밭에서 풀을 베어 고랑을 덮는다.
가뭄이 심한데도 호박 줄기는 세력좋게 뻗고 있다.
삼기면 노동리 "검은 호박" 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토종 씨앗 봉투 안에 7개의 씨앗이 들어 있었다.
7개의 씨앗중 6포기가 발아되어 자라고 있다.
잎은 무성하고 꽃도 피었는데 아직 열매는 안보인다.
밭설겆이도 벅차서 거름을 못했는데
한약재액비라도 한번 주어야겠다.
검은호박~
대체 어떤 모양으로 태어날지 기다려진다.
안박사님께 부탁드려 보내주신 콩은
구멍마다 두알씩 넣었는데 대부분 싹이 나와
예쁘게 자라고 있다.
온데가 풀천지인데 콩이 얼마나 맛있으면
벌레들은 콩잎에만 구멍을 숭숭~
콩잎을 제 밥그릇으로 안다.
밭에서 일하다가
하늘을 쳐다보면 눈이 시원해진다.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으며
해지는 노을을 볼 수 있는건 덤이다.
수진씨는 하늘에서 편히 쉬고 있으려나?
선선해서 일할만하면
어둠이 집에 가라고 사방을 가린다.
그제서야 밭을 뒤로하고 산길을 내려온다.
오늘따라 씨앗을 보내주신
푸른늑대님, 길위에서님, 안박사님이 보고싶다.
영재샘은 지금 어찌하고 계시나?
얼마전 곡성에서 쌀이며 고추며 바리바리
친정집 처럼 꾸러미를 담아준 단이님은
지금 뭐하고 있으려나?
언제라도 올라가면 볼 수 있을것만 같았던
수진씨를 황망하게 보내고 나니
멀리에 계신 분들이 더 그리워진다.
생각날때 보고 지내면 좋으련만
육지의 섬에서 나는 이 생각 저생각~
귀하고 고마운 인연들에 감사하며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닫는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말을 아끼지말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