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농사를 짓고 싶다는 어르신
지난주 목요일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서 접수를 하고
치료실에 들어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아유~ 많이 바쁜가봐요.
전화 여러번 했는데 안받더라구요~
네, 실례지만 누구신지?
제 나이가 칠십이 넘었어요.
농사는 잘 모르고 초보인데
시골에 땅을 조금 마련해서 토종으로
키워보고 싶어서 씨앗을 찾다보니
연락하게 되었어요.
토종 콩 씨앗 좀 가지고 있나요?
밭이 조금이면 얼마나 되세요?
작아요, 천평정도 되요.
천평요? 넓으네요.
천평을 모두 토종 콩 하시게요?
그 정도의 씨앗은 저도 없는데요.
제 연락처는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작년부터 토종으로 농사 지어 보려고
종자를 구하면서 여러 곳에 알아보니
모모님이 내 번호를 주며 연락 해보라고 하셨단다.
얼마전부터 핸드폰에
낯선 전화가 여러통 와있다.
부재중 전화는 모르는 번호의 경우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무심히 지나쳤었다.
재팥 있어요?
네, 조금 있어요.
토종 씨앗 가진거 뭐뭐 있어요?
씨앗으로 가진건 앞으로 파종할
콩류, 잡곡류 조금 있구요.
대부분 모종을 내거나 파종을 해서
드릴수 있는게 많지는 않아요.
콩은 많은 양은 없지만 조금 나눠 드릴께요.
다른 토종 종다는 이미 모종을 다 해버려서
모종으로 몇가지 드릴께요.
토종옥수수 72구 한판 드릴수 있고
토종 호박도 서너개 드릴수 있고
토종오이, 토종우엉, 토종상추등 몇 가지 드릴께요.
사시는 곳을 물으니 우리 집에서
50여키로 정도 거리의 영덕에 사는 분이다.
모종도 밭에 심어야할 시기이고
칠순 넘으셨다하니 내가 모종을 가지고
다음날 10시~점심 사이에 찾아뵙기로 했다.
멀은데~ 하시길래
아이랑 바람 쐬러 가끔 영덕에 가서 괜찮아요.
제가 땅이 많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토종 종자를 혼자서 다 카울 수 없으니
모종을 드리면 잘 키우고 수확해서 모두 드시고
옥수수 다섯개, 잘익은 호박 1통만 주세요. 했더니
그러마 하셨다.
내일 뵐께요. 하고 긴 통화를 끝냈다.
한참후 그 분으로 부터 다시 전화가 왔다.
내일은 약속이 있는데 깜박 하셨단다.
그러면 모레 갈께요. 했더니
주말엔 대전에 다니러 가셔야 한단다.
다녀와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셨다.
그러세요. 하고 전화를 끊었다.
황당했다.
잠시 멍하니 전화기를 바라 보았다.
이럴거면 그동안 왜 그렇게 부재중 전화를 남겼으며
장시간 통화는 왜 하고 또 약속까지 했던걸까?
거저 얻는 공짜 모종이라
약속도 가벼이 여기고 하찮게 생각한걸까?
칠순 넘어 시골 내려와서
천여평의 땅을 텃밭이라 생각하는 여유있는 어르신이
전화로 토종을 키워보고 싶다며 구구절절 말씀하셔서
바쁜 시간 쪼개어 약속을 내어 드렸더니
이게 뭐하자는건지?
모모님께 전화를 걸어 영덕에 사는 분이
토종 종자 달라고 전화 왔는데
그 분 누구예요? 물었다.
나도 몰라, 모르는 사람이여~
토종 구한다고 전화 왔길래
자기가 거기서 가깝고
나눔도 잘해주니까 연락해보라고 했지.
요즈음은 텃밭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토종 씨앗을 찾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면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토종 농사를 짓고 싶다는 어르신~
이제 다시 연락이 와도 받지 않겠지만
농사에는 때가 있고 토종씨앗을 귀하게 생각하면
이러시면 아니되어요.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