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도 없는 숲길을 갑니다.
태양이 호수에서 금발을 흔들고
이름모를 산새들이 등성이를 넘어갑니다.
바하의 악보를 오솔길에 깔았더니
무반주 첼로의 서늘한 그림자가
지구의 머리칼에 고요히 걸립니다.
내가 당도할 문은 아직 멀었습니다.
숲에 별 뜨고
바람 부는 밤
모든 언어에 빗장을 지른뒤
찔레꽃 향기가 심장을 가릅니다.
어둠뿐인 하늘에 . . . . 그립니다.
오늘밤은 이것으로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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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싸다보니 여기저기서 끄적거려놓은 쪽지들이 쏟아진다.
이것은 아마도 편지를 보내려고 그무렵 읽던 누군가의 시집에서
옮겨놓은 것이 아닌가싶다. 내 손으로 쓴 글이지만 그 편지의
주인이 누구였던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것을 보면 우리는 너무
쉬이 많을 것을 잊고 사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잊기를 되풀이
한다 하더라도 편선지에 온기를 담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음이 남아있다는건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는가? 이즈음의 나는
언제쯤 편지를 썼던가 기억이 까마득하다. 이사를 하고 짐정리가
끝나면 누구에게든 정을 담아 마음의 끈을 매어볼 일이다.
부산스레 짐정리 가운데 잠시 추억에 젖어본.. 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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