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완식박사님과 토종종자 수집단이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구억리에서
수집한 구억배추를
몇년전 수원에서 증식했었다.
깨알처럼 작은 씨앗을
트레이에 담고 모종으로 키우고
밭에 심어 월동하고 이듬해 채종하였다.
토종종자를 나누는 모임을 통해
내 손길이 닿은 씨앗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영양올때 종자를 챙겨오지 못했는데
수원에서 분양 받아가신 푸른늑대님이
경남 사천에서 키워 채종한
구억배추 씨앗을 나누신다기에
우편으로 받았다.
수원에서 내 손을 떠난 씨앗이
몇 해를 지나 다시 내게로 온 것이다.
제주→수원→사천→영양으로
해마다 심어지고 채종되어
전국을 여행하고
다시 내품으로 돌아온 토종배추씨앗!
작년 여름 토종 구억배추 모종을 만들어 무료로 나눔 드린다해도
영양에서 관심을 보이는 이웃들이
몇분 안계셨다.
다국적 기업의 씨앗을
해마다 사서 농사를 하면
언젠가 토종 씨앗들은 흔적을 감출텐데
내 것이 사라진 후에
종자 가격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한다면
우리 것을 귀하게 대하고
소중하게 이어가는 마음들이 희미해져가는
농사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제주도 씨앗이 영양의 겨울을 잘 견디며 월동할 수 있을까?
영양의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채종에 성공한다면
추위에 강한 형질이 더해지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나는 마치 육종가라도 된듯이
배추를 김장에 사용하지 않고
자연그대로의 노지 월동을 선택했다.
아~!!
내 기대처럼 폭설과 추위를 꿋꿋하게
다 견디어준 신통방통 구억배추!
햇볕을 한껏 받으려고 잎을 쫘악 벌리고 로제트형이 된 것도 있고
저도 살아야하는데 위기다 싶었는지 한포기에서 두세포기로 분얼한 것도 있다.
구억배추야~
너를 보며 얼마나 감사하고 감동하는지
너는 모르지?
잘 살아줘서 고마워!
네 씨앗들은 올 봄에 채종하면
토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 나갈거야.
우리의 토종을 이어가며 종자 주권이 든든해지는 그날까지 너도 나도 열심히 살자!
아고오~~ 요래 요래 예쁜것!
너로 인해 행복한 이 기쁨과 감동을
누구에게 보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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